이서윤 디렉터 8월 4, 2025 0

빛을 머금은 물건이 주는 작은 위로

반짝 상점 이미지

작년 겨울, 출근길에 문득 들른 작은 골목 가게에서 유리 트레이를 하나 샀다. 빛을 받으면 표면에 작은 무늬가 흩어졌는데, 그 순간 묘하게 마음이 풀렸다. 쓰임새를 따지자면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트레이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눈이 가는 자리에서 나를 맞았다.

그 후로 나는 물건을 고를 때 조금 다른 기준을 세우게 됐다. 가격이나 브랜드보다, ‘이게 내 하루에 어떤 표정을 남길까’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반짝거리는 소품, 재질이 주는 감촉, 오래 바라볼수록 새로운 면이 보이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가끔 ‘괜히 비싼 취향 만든다’고 농담하지만, 나에겐 이런 선택이 오히려 삶의 밀도를 높여준다.

한 번은 해외 소규모 브랜드에서 나온 유리 촛대 세트를 들여왔다. 온라인 사진으로만 보았을 땐 그저 예뻤는데, 실제로 받았을 때 손에 전해지는 무게감과 빛의 굴절이 훨씬 더 깊었다. 촛불을 켜면 벽에 부드러운 그림자가 번지고, 그 그림자가 방 안의 공기를 바꾸는 걸 느꼈다. 이런 순간이 쌓여서, 단순한 ‘물건’이 ‘공간의 표정’을 만드는 주인공이 된다.

사람마다 반짝이는 것을 찾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색감에서, 누군가는 소리나 향에서 그 반짝임을 느낀다. 내 경우는 시선이 오래 머무는 사소한 디테일에서 시작된다. 마감이 고운 도자기 모서리, 손으로 새긴 듯한 글씨체, 예상치 못한 색의 조합 같은 것들. 이런 발견이 쌓여서 나만의 큐레이션이 된다.

어쩌면 반짝이는 건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물건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왜 이게 내 마음을 움직였는가’를 스스로 아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곁에 두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반짝이는 것들을 찾고, 모으고, 나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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